현대인들의 아침을 열어주는 커피. 400년 동안 황금빛 물결을 굽이치며 인류와 함께해 온 이 음료는 이제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섰다. 짜릿한 각성효과로 뇌를 깨워주며 홀로 쉬는 시간에 함께하는 영혼의 친구다. 커피 속에 든 각종 항산화물질의 효능이 속속 보고 되는 반면 카페인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끊임이 없다. 그만큼 큰 커피의 인기를 반증하는 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커피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커피가 치매위험을 줄여준다’는 반가운 연구결과였다.
치매와 구강암까지…애호가들 ‘반색’
1월 초 핀란드 쿠오피오(Kuopio) 대 미아 키비펠토 교수팀은 20년간 커피와 치매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하루 커피를 3~5잔 마신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발병위험이 평균 60~6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험은 커피가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에 이어 커피의 치매예방 효능을 검증한 첫 장기연구여서 주목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커피를 매일 1~2잔 마신 사람은 구강암 발병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보고 됐다. 이제 “치매예방에 구강암까지 막아준다잖아”라며 커피를 집어 드는 손이 더욱 당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지러운가?’…커피와 환각증상
그러나 곧이어 이제까지 한 번도 보고 된 바 없는 커피와 환각증상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영국 더럼 대 연구진이 하루 원두커피 3잔(인스턴트커피 7잔)을 마신 사람은 원두커피 반 잔(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마시는 사람에 비해 헛소리를 듣거나 헛것을 볼 가능성이 3배 높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 연구진은 카페인을 섭취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손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것이 환각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커피 애호가들로서는 놀랄 만한 내용이다. 하루 원두커피 3잔(인스턴트커피 7잔)은 식후, 혹은 거래처 사람들 몇 명만 만나도 쉽게 넘길 수 있는 분량이기 때문이다.
마실까 말까…얼마나 마실까
올해 발표된 실험결과를 종합해 보면, 원두커피를 기준으로 하루 5잔 이하는 알츠하이머를 예방하고 2잔 이하는 구강암 발병위험을 낮춰준다. 그러나 3잔 이상일 경우 환각위험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하루 1~2잔의 원두커피는 다른 질환의 위험성이 낮은 적정량이라 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통상 하루 3~4잔(카페인 400mg) 이하를 섭취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연구결과 카페인의 각성상태는 섭취 후 10분 정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여성보다는 남성에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남성들은 잠을 깨기 위해 한꺼번에 많은 커피를 ‘원샷’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홍차 역시 3잔 정도 마실 경우 유방암 위험을 37%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미국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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